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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짐 남기기 싫어”…선산 정리하고 직접 장지 고르는 부모들

  • 날짜 2026-08-31



50대 A 씨 부부는 최근 경기지역의 한 봉안당을 찾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안치될 곳을 미리 골랐다. 두 사람은 시설 측의 설명을 들은 뒤 원하는 위치와 안치단을 직접 선택했다. 얼마 뒤 자녀들에게 “우리는 이곳으로 하고 싶다”고 알리고, 자녀들과 함께 다시 방문해서 계약을 마쳤다.


최근 장지나 봉안당 등 장묘시설 상담 현장에는 이처럼 당사자가 자신의 뜻을 먼저 정한 뒤 가족과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오랫동안 관리해 온 선산을 자신의 세대에서 정리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 자녀에게 장례와 묘지 관리 부담을 남기지 않으며 스스로 마지막을 결정하려는 것이다.


● “자녀까지 선산 관리하는 건 원하지 않아”

눈에 띄는 사례는 부모 세대가 직접 선산 정리에 나서는 경우다.

오랫동안 선산을 관리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에 부치거나, 선산이 멀리 있어 향후 자녀들이 관리하기 어렵겠다고 판단해 이장을 알아보기도 한다.

봉안시설 상담 현장에선 “나는 지금까지 관리했지만 아이들에게까지 이 부담을 넘기고 싶지는 않다”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부모나 조상의 묘를 옮길 곳을 알아보다 자신의 자리까지 함께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봉안당 아너스톤을 운영하는 용인공원그룹 관계자는 “선산 관리가 힘들어졌거나 향후 자녀들이 관리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이장을 알아보는 분들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본인의 자리까지 함께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본인은 지방에 살더라도 자녀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거주하면 나중에 자녀들이 찾아오기 편한 지역을 택하는 사례도 있다. 장지를 미리 정하면서 남은 가족의 관리와 방문 부담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 부부가 먼저 와서 “우리 자리도 같이 봐두자”

자신의 장지를 미리 알아보게 되는 계기는 다양하다.

가족이나 지인을 추모하러 갔다가 “우리 자리도 같이 봐두자”며 상담을 받거나, 부모의 이장 장소를 알아보다 본인 부부의 자리까지 준비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사전 준비를 위해 장지를 찾는 부부는 주로 40~60대에서 접하고 있다.

부부가 먼저 원하는 자리를 골라놓는 경우 자녀들과 다시 방문해 최종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먼저 뜻을 정하되 가족과 함께 확인하는 방식이다.

용인공원그룹 관계자는 “자녀가 부모님의 장지를 대신 알아보는 경우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방문해 위치와 안치 방식, 공간 분위기 등을 살핀 뒤 자신의 자리를 정하려는 분들도 이전보다 자주 보게 된다”고 전했다.


● 장례 직전보다 시간 여유 있을 때 선택

사망 이후에는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짧은 기간 안에 장지를 결정해야 해 여러 시설이나 장법을 충분히 비교하기 어렵다.

생전에 알아보면 시간적 여유가 있다. 위치와 가격, 접근성, 관리 방식뿐 아니라 공간 분위기와 안치단 위치를 살펴볼 수 있고, 배우자와 함께 안치될 수 있는지나 가족들이 찾아오기 편한지도 따져볼 수 있다.

최근에는 장묘시설도 단순히 안치 공간을 제공하는 데서 벗어나 추모 공간의 분위기와 디자인, 가족 방문 편의 등을 세분화하는 추세다. 아너스톤 역시 공간 디자인과 안치 형태 등을 직접 살펴본 뒤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당사자에게는 “내가 마지막으로 머물 곳”이라는 점도 선택 기준이다. 유족이 실용적인 조건을 중심으로 판단할 때보다 본인의 취향이나 공간에 대한 선호를 반영할 여지가 크다.

생전 장지 선택은 자리를 미리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의 분위기와 안치 위치,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직접 확인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상조 1100만 명 시대…삶의 마지막도 ‘미리 준비’

삶의 마지막을 사전에 준비하려는 움직임은 장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상조상품 가입자는 1107만4000명으로, 상조와 적립식 여행상품을 합친 전체 선불식 할부거래 계약자 1131만 명의 97.9%를 차지했다. 전체 계약자는 전년보다 171만 명 증가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누적 등록자는 348만4232명이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향후 임종과정에 대비해 연명의료에 관한 자신의 의향을 미리 문서로 작성해두는 제도다.

이 같은 통계가 자신의 장지를 직접 정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삶의 마지막에 관한 결정을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고 당사자가 생전에 자신의 뜻을 밝혀두는 흐름과는 맞닿아 있다.

용인공원그룹 관계자는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는 마음과 자신의 마지막에 관한 결정만큼은 스스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같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